산하에 가을의 정취가 어울려며, 누른 벌판의 황금벌판이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계절에 다정한 동네의 일행들과 고성의 명산 벽방산에 산행을 갔다.
고성에서 태어나 50여년의 외지 직장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정착하면서 마음속 깊이 간직해 온 벽방산 등정을 하는데 무엇인가 마음에 미안감과 죄송스런 감정이 든다.
어릴 적부터 벽방산, 거류산을 바라보며 자라왔는데 오늘 처음 등정을 황혼기에 벽방산을 오른다.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고향의 어머니 같은 아늑한 정감을 느끼고 그리워 해 왔었는데 오늘에야 직접 느껴본다.
울창한 숲 사이로 들국화와 약초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 일행을 반겨준다. 산 정상아래 돌탑군을 보면서 '누가 이렇게 고향을 사랑하면서 정교하게 쌓았을까?' 생각하며 고맙고 감사의 말을 속으로 드렸다. 위험한 곳에는 안전을 위해 로프 줄 한 가닥을 매어 놓았는데 미끄러워서 쉽게 오르지 못하겠다.
대도시의 주변과 도시의 주변 산에는 시민들이 휴식하라고 통로 길을 잘 다듬어져 있는데 이곳은 행정의 손길이 모자라 풀밭을 헤치며 오솔길을 따라 올라간다.
정상(560m)에 오르니 정말 절경 이였다. 멀리 진해만, 거제앞바다 삼천포는 물론이고 한산도 일대, 사랑도, 고성 자란만 까지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 등산객의 휴식 시설물은 하나도 없었다.
의자 하나 없이 이곳저곳 섬 등 안내판은 조그만 판넬 판에 하나가 설치되었을 뿐 통영의 미륵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큰 판넬과 각 섬의 판넬 안내문 등이 문득 생각난다. 절경은 벽방산이 훨씬 뛰어나는데 관리자의 무관심일까? 마음이 서글프진다.
외지에서 고향으로 간혹 올 때면 모두가 고성터널을 통과하면서 무엇인가 마음이 편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고 한다. 그것이 고향사랑, 정이 아니겠습니까?
선조께서 물려준 고향 땅. 명산을 가꾸면서 우리의 자랑으로 다듬어 이곳에 사는 우리들, 고향을 찾는 모두에게 심금을 울려줄 수 있는 고성으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